재수생과 시험불안-시험불안(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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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이라면 이렇게!

나는 재수생이나 삼수생 등을 만나면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재수는 나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그리고 재수생은 재수생의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1) 내가 어린 나이에 재수라는 고통을 맛봄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마음을 기를 기회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하라.

인생이 1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내가 그런 고통을 받음으로 인해 남의 고통과 아픔을 헤아리고 그런 사람을 안아 줄 수 있는 마음으로 산다면 지금은 힘들지만 그런 마음이 내 인생을 더 윤택하고 겸손하게 살게 해 줄 것이다. 세상은 사람이 움직이고 사람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인생 성공에 한 걸음 다가갔다는 의미이다.

(2) 대개 초등학교 1학년 다음에는 2학년, 2학년 다음에는 3학년, 3학년 다음에는 4학년……. 이렇게 우리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학년이 올라간다. 이렇게 지나다 보면 이제는 관성에 의해서 계속 학년이 올라가고 학교도 진학하게 된다. 그래서 고등학교도 1학년, 그 다음은 2학년, 그다음은 3학년, 그 다음은 대학 1학년, 대학 2학년, 3학년, 4학년. 그 다음은 어떻게 하지? 잠시 생각해 보고 특별하게 할 것이 없고 친구들도 하니까 관성에 의해 대학원 1학년, 대학원 2학년……. “에라 하는 김에” (관성에 의해) 박사과정도 하고, 박사과정 마치면 뭐하나? 역시 뭐 마땅한 것도 없어서 박사 후 과정에 진학한다. 이렇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공부와 진학을 관성에 의해 해 오고 있다. 박사 후 과정 다음은 뭐할 것인가? 왜 공부를 하는가? 왜 진학을 하는가? 박사과정 끝내고 인생 마무리될 때 생각해 볼 것인가?

이렇게 관성에 의해 살고 공부하는 인생에서 재수의 과정은 자기 변혁과 인생설계에 엄청나게 도움을 주는 시기이다. 내 인생과 내 공부과정에서 진로와 인생을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이다. 재수생이야말로 관성에 의해 지나가는 학업 고리에서 내 인생과 학문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이다.

(3) 재수생의 신분은 위치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서 불안한 마음도 많을 것이다. 의대를 간 친구, 법대를 간 친구, 사회학과를 간 친구 등. 그런 친구들은 사회에 나오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자격증을 받게 되니 안정된 직장이나 직업을 가지게 된다는 것에 부러운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과연 무엇이 될 것인가? 이러다가 영영 아무것도 못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불안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재수생에게는 더 폭넓은 선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재수생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재수생은 어떤 것으로 결정이 나지 않은 선택의 폭이 넓은 상태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엔트로피가 낮은 사람인 것이다. 결정이 된 인생보다 아직 뭐든지 될 수 있는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에 있는 좋은 삶이다.

우리 몸에 undifferentiated mesenchymal cell이란 것이 있다. 이 세포는 어떤 세포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리 몸에서 가장 좋은 세포일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엔 우리 사회에서 undifferent(c)iated mesenchymal cell은 바로 재수생이라고 생각한다.

(4) 30여 년 전에 대학에 진학하려면 예비고사와 본고사 시험을 봐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에 본고사로 대학을 결정하는데, 예비고사에서 합격을 해야 본고사를 볼 자격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예비고사를 합격해야 대학에 진학 가능하고 예비고사 탈락했던 사람은 다음 해에 예비고사를 다시 봐야 했는데 이런 경우 재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에 누군가가 재수를 한다면 예비고사 탈락한 사람을 말하고, 예비고사 탈락할 정도면 사람들이 ‘아 이 사람은 예비고사에도 탈락할 정도의 수준이구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월은 흘러서 요즈음은 대학 정원보다 수능 수험생 숫자가 더 적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아무리 공부를 못해도 대학을 가려고 마음먹으면 누구나 대학을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재수생은 대학을 못 가서 재수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가기 위해 재수를 하는 사람들이고 그만큼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다.

(5) 인생에서 재수 시절만큼 나 자신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산 시간이 있을까 싶다. 그러므로 재수 시절은 그냥 헛되이 흘려보낸 시간이 아니라 인생에서 아주 뜻 깊은 시절이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나 자신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쳐서 열심히 산 시간이 불과 얼마 되지 않음을 느낀다. 재수 기간은 젊고 힘이 넘치는 기간이다. 이렇게 인생의 황금기에 자신을 위해 1년 아니면 2년을 최선을 다해 살아 보는 것도 얼마나 멋진 일인가?

(6) 그리고 재수해서 남보다 1년 늦었다면, 남보다 건강 유지를 잘해서 1년 더 오래 살면 훨씬 더 이익 아닌가? 1~2년 늦게 출발한다고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관성에 의해 고3 다음은 대학 1학년이니 당연히 대학 1학년이 된 사람과, 그렇게 평범해 보이는 대학 1학년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인생을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 보고 출발하는 사람의 대학생활은 전혀 다를 것이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할 일이 많다. 1~2년 남보다 늦었다고 실망하지 말라. 건강에 유의해서, 담배를 안 피고 마음을 편히 가져서 남보다 오래 살면 더 이익 아닌가?

(7) 내가 아는 어떤 스타 강사는 삼수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삼수를 했기 때문에 서울 시내 인기 학원 강사들의 강의 비결과 인기 비결 등을 접할 수 있게 되어 자신은 더 인기 있는 소위 스타강사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인생에서 나쁘다고 생각되는 재수 없는 일이 진짜 재수 좋은 일이 될지 안 될지는 지나봐야 알게 되는 것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듯이 내 인생도 그럴 것이다.

(8) 재수생활은 고통받고 어려운 생활이긴 하지만 적극적인 마음을 가지면 꼭 성공한다. 학원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르도록 해라. 그분들을 존경하지 않으면 그분의 가르침이 헛되이 날아간다. 그리고 고통받는 옆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 좋은 만남을 가지며, 학원생활에서 재미를 찾도록 해라. 학원 선생님과 주위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라.

(9) 연애하지 마라. 재수, 삼수기간 연애하는 사람치고 좋은 학교 가는 사람 못 봤다. 그리고 그 기간 사귄 사람과 결혼까지 가는 사람 못 봤다. 좋은 학교 간 사람은 삼수하는 사람 잊고 만다. 합격과 불합격은 다른 차원에 사는 사람들이다. 다른 차원에 사는 사람들의 만남이 과연 이루어지겠는가?

길에서 붕어빵을 파는 사람도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고 앞에서 이야기했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공부를 하는 것과 항상 마지못해 죽지 못해 공부하는 것과 자부심과 긍지 속에서 공부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을 앞둔 시점에 뭐가 못나서 주눅 들고 당당하지 못하겠는가?

이제 오늘부터 재수생, 삼수생의 자부심을 가지고 어디 가서든지 당당하게 나를 내세워야 한다. 친구들이 “요즘 너 뭐하니?” 하고 물으면 당당하게 “응 나 재수해!” 하고 큰 소리로 말하기 바란다. 친척이 물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머니 아버지도 똑같이 큰 소리로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길 빈다. “우리 아들은 삼수생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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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한 원장

오렌지한의원 글과 기록몸을 살피는 한의학, 사람을 향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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