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불안증을 대하는 마음가짐
시험은 공부 잘하는 사람을 뽑는 기능도 있지만 대범한 사람을 뽑는 기능도 같이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모든 일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같이 존재한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일에 둔감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시험을 앞두고 항상 불안에 떨고 있는 수험생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자. 시험을 앞두고 누구나 마음이 불편하고 긴장이 많이 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누구보다 긴장이 많이 되고 항상 떨린다. ‘아 왜 나는 남보다 바보같이 많이 떨리고 긴장되나?’, ‘나는 왜 이리 나약한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시험에 많이 떨리고 다른 사람보다 긴장을 많이 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다른 사람보다 긴장을 많이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민감하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노래를 듣다 보면 내가 듣기에는 평범하게 들리는데 훌륭한 음악가가 듣게 되면 박자를 놓치는가? 호흡이 잘못되었는가? 음정이 떨리는가? 잘 짚어낸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내가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훌륭한 미술가는 어떤 부분이 잘되었고 어떤 부분이 음영실패이고 어떤 부분은 뭐가 잘못되었는지 귀신같이 짚어낸다. 이렇게 귀가 예민한 사람은 훌륭한 음악가가 될 자질을 타고났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예민한 눈을 가지고 있으면 훌륭한 미술가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역시 마음이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은 세상에 대해 섬세하게 반응해서 훌륭한 정치인이나 높은 사람이 될 자질을 타고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가 진료실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고위공직자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 유명한 예술가들은 늘 예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침 한 방만 맞아도 전신에 땀을 줄줄 흘리고,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눈빛이 바뀔 정도로 예민한 사람들임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예민하다는 것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예민하고 섬세하다는 것은 세상을 향한 안테나가 발달해서 남보다 세상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작은 변화도 빨리 눈치 챌 수 있다는 의미이다. 돈, 권력, 목숨 등의 모든 것도 어쩌면 얼마나 섬세하고 예민한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살다 보면 돈의 흐름도 얼마나 세상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가에 달려 있음을 느낀다. 금리, 환율, 물가, 주식 등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얼마나 재빨리 움직이는가에 따라 부가 결정된다. 아무 생각 없이 저축만 하거나 집만 가지고 산다면 언제 집값이 폭락하거나 정책 변화로 가지고 있던 집이 개발에 의해 가치가 떨어지거나 물가 변동으로 가난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돈도 예민한 사람이 가지게 되고, 섬세한 사람이 부자로 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는 영어다. 한때는 러시아어, 한때는 중국어, 한때는 일본어, 한때는 순우리말이 가장 중요한 언어였다. 세상에서 어떤 언어가 중요하고 정책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재빨리 눈치 채는 사람이 세상의 권력을 쟁취하고 고위직으로 가기도 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날 바닷가를 거닐고 있는데 바닷물이 빠지고 바다 동물의 이동이 있다. 그러면 섬세한 사람은 ‘아 이것은 쓰나미가 올 조짐이다.’라고 생각하여 재빨리 피난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지만, 둔한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 물에 쓸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길을 가다가 이상한 눈빛의 사람을 만나거나, 공격의도를 가진 동물의 눈빛을 봐도 섬세한 사람은 먼저 도망을 가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목숨도 얼마나 예민한지 아닌지에 달려 있기도 하다.
나는 그래서 예민하고 항상 긴장을 잘하는 사람을 만나면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는 능력을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사람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얼마나 예민한가는 얼마나 높은 자리에 갈 수 있는가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무대에서 연주를 해야 할 사람인데 무대불안으로 힘들어서 내원한 분을 만나면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지금은 예민하고 불안해서 나를 찾아 왔지만 앞으로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언젠가 나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그때는 “나는 왜 이리 둔할까? 연주를 해도 섬세하지 않고 떨림이 없고 마음이 무뎌서 좋은 연주가 안 된다. 그래서 좀 더 예민해지는 약은 없는가?” 하고 나를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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