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장기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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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기기억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은 몇 분, 몇 시간 또는 평생토록 정보를 저장하는 기억구조이다. 전술했던 바와 같이 단기기억의 정보가 시연(rehearsal)을 받으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고 그렇지 못한 것은 망각된다. 장기기억은 단기기억보다 더 심층적으로 정보를 처리하여 저장하는 기억유형으로 약호화. 저장. 인출의 3단계를 가진다.

정보처리의 각 단계는 처리 수준에 알맞은 기억부호로 약호화한다. 장기기억에서는 주로 의미에 따라 약호화된다. 정보의 의미를 약호화하는 데는 두 가지 형태의 부호가 사용된다. 예를 들어 ‘기차’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라. 기차의 의미를 철로를 달리는 전형적인 기차의 모습에 대한 마음의 그림(mental picture), 즉 심상으로 약호화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사전적 의미로 약호화할 수도 있다. 전자를 심상부호, 후자를 의미부호라 한다. 장기기억의 정보저장은 주로 이 두 가지에 의존하지만 그 외에 청각부호 또는 맛, 냄새 등으로 장기기억에 약호화해 놓기도 한다.

장기기억에 심상부호가 이용되는 증거를 들어 보자. Bower(1972)는 피험자들에게 말-책상의 단어쌍에서 말이란 자극어가 주어지면 책상이란 반응어를 기억하도록 하였다. 심상사용집단의 피험자에게는 단어쌍을 암기하되 ‘말이 책상 위로 뛰어오르는 광경’을 머릿속으로 그리게 했다. 통제집단의 피험자에게는 아무런 지시도 주지 않고 학습케 했다. 그 결과 통제집단의 피험자들은 35%를 기억하는 데 반해, 심상사용집단의 피험자들은 75%를 기억하는 좋은 수행을 보였다. 이는 심상부호가 장기기억에 도움을 준다는 증거이다. 청각부호를 장기기억에 이용한 예로는 전화를 받을 때 목소리만 듣고도 누군지를 아는 경우이다.

Craik(1977)는 시각부호, 청각부호, 의미부호 중 어느 것이 장기기억에 가장 효과적인지를 비교. 검토하여 의미부호가 가장 효과적임을 발견하였다. 그는 피험자에게 한 번에 한 단어씩 제시하면서 그 때마다 그 단어에 대해 다음 세 가지 중의 하나를 질문했다. 단어를 시부호로 처리하게 하는 질문은 “그 단어가 대문자로 씌어 있습니까?”이며, 청각부호로 처리하게 하는 질문은 “그 단어가 기차라는 단어와 발음이 비슷합니까?”이며, 또 의미부호로 처리하게 하는 질문은 “그 단어가 그는 00을 떨어뜨렸다! 라는 문장에 알맞은 것입니까?”였다. 피험자들은 많은 단어들에 대해 이런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한 후에 뜻밖의 재인검사, 즉 앞에서 받았던 단어들을 확인하라는 검사를 받았다. 이 결과는 <그림 4-8>에 제시되어 있다.

피험자들은 의미부호, 청각부호, 시각부호의 순으로 자극을 잘 처리하였다. 즉 단어의 뜻을 생각해 보게 한 자극을 가장 잘 처리하였고 기억도 잘 하였다. 이 실험의 후속연구로 Craik는 피험자들이 짧은 문장보다 긴 문장 속에서 제시되었던 단어를 더 잘 기억한다고 하였다. 이는 단어의 뜻을 깊이 파악하여 처리하면 할수록 더 잘 기억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장기기억은 그 저장용량이 거의 무한하기 때문에 장기기억에서의 망각이란 정보 자체의 상실이라기보다는 그 정보에 접근하는 데에서의 실패, 즉 인출실패에 그 원인이 있다. 장기기억에서 성공적으로 정보를 인출하는 데는 다음의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준다. 첫째, 정보를 저장할 때 체계적으로 조직하는 체제화와 둘째, 정보를 인출할 때의 맥락과 약호화할 때의 맥락과의 유사성이다.

체제화(organization)는 장기기억의 용량을 확대시킨다. 즉 항목들이 장기저장 단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용량이 제한된 단기기억과정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기억 저장을 위해서는 체제화가 필요하다.

언어기억에서는 문법적 단위로 체제화한다. 단어는 단순히 소리의 연속이 아니라 일관된 전체이다. 따라서 관련되지 않은 단어들의 기억범위는 7개 항목 정도이지만 우리는 한 번의 노출 후에도 20단어 문장을 잘 회상할 수 있다. 이는 몇 개의 단어가 한 단위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한 연구자는 “The tall boy saved the dying woman"을 피험자에게 학습하도록 하였다.

여기에서는 두 개의 상위단위가 있다. ‘The tall boy’와 ‘saved the dying woman’의 구가 기억의 체제화단위로 사용된다는 예증은 회상 오류를 분석하여 밝힐 수 있다. 두 개의 구는 각 단위로서 회상되거나 또는 망각되는 경향이 있다. ‘The tall’이라는 단어를 회상하는 피험자는 ‘boy’를 잘 회상할 수 있고, 또 ‘saved’를 회상했다면 ‘dying woman’을 잘 회상할 것이다. 문장의 7개 단어들은 독립적인 항목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 개의 상위문법적 단위로 체제화되는 것 같다. 또한 의미범주에 따른 체제화가 있다. 우리는 기억하기를 원하는 한 세트의 항목을 몇 가지 적절한 제목으로 분류함으로써 체제화하는 경우가 많다.

한 연구에서 피험자들에게 동물, 야채, 직업, 인명과 같은 네 가지 다른 범주의 항목들의 리스트를 무선적으로 제시하였더니 회상할 때는 동일한 범주의 항목끼리 묶어서 회상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우리는 자신의 주관적인 체제화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회상에 강력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예로서 각기 다른 카드에 인쇄되어 있는 50여개의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영어 명사를 피험자들에게 제시한 후, 카드를 다른 파일에 분류하도록 하였다. 그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만큼의 제목들을 사용할 수 있고 어떠한 범주라도 사용하도록 허락되었다.

이러한 분류를 피험자들이 여러 시행에 걸쳐 각 카드를 동일한 파일에 놓음으로써 안정된 범주화준거를 마련할 때까지 계속한 후 피험자들에게 그들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단어들을 회상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피험자들은 분류한 범주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단어를 회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범주화는 하위단위(즉 단서들)들이 들어 있는 상위기억단위가 되기 때문에 범주화과정이 없는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단어를 회상하도록 돕는다.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의 전이에 미치는 시연의 역할은 무엇인가?

피험자가 단기기억에 잠시 동안만 유지시키는 유지 시연(maintenance rehearsal)과 전이효과를 갖는 능동적 시연(active rehearsal)이 있는데 이는 단기기억에 있는 동안 항목들을 체제화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는 정보들을 서로 관련시켜 기록하거나 집단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금까지 장기기억의 정보획득시에 체제화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이제 저장된 기억들이 인출될 때 사용되는 체제화의 효과를 살펴보자.

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찾아낼 때는 적절한 인출단서(retrieval cue)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것은 실험으로 증명되었는데, 피험자들에게 다양한 범주에 속해 있는 단어들의 항목을 제시해 준 후 자유연상을 하도록 했을 때 만약 범주의 이름이 주어지면 그에 따른 몇 가지 적절한 항목들이 쉽게 회상되었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인출단서의 특징은 어떤 것일까? 가장 중요한 요구조건은 인출단서와 기억재료가 체제화되는 방법과 저장되는 시간과의 적절한 관계인 것 같다. 인출단서는 우리가 한때 저장해 두었던 것을 재생하는 데 지극히 중요한 수단이지만, 기억재료가 원래 저장될 때 부여된 체제화에 적합할 때에만 도움이 된다.

많은 연구자들은 인출에는 일반적으로 기억탐색(memory search)이라고 하는 내적 과정이 선행된다고 가정한다. 즉 우리가 어떤 사람의 이름을 회상해 내려고 애쓰지만 기억해 내지 못할 경우 마치 이름이 혀끝에 있어서 회상될 것 같은 데도 안 되는 현상, 즉 설단현상(舌端現象)이 그런 과정의 좋은 증거가 된다.

인출시 장기기억의 약호화 당시의 상황, 즉 맥락이 인출단서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예로서 정보를 약호화할 때 약물이나 알콜로 유도된 정서상태나 학습시의 내적 상태와 동일한 상태에서 기억이 더 잘 된다는 것이다. 이를 상태의존적 기억(state dependent memory)이라고 한다. Bower(1981)는 피험자들에게 최면을 써서 행복한 기분과 슬픈 기분을 유도하여 학습한 단어의 회상률을 검증하여 본 결과 <그림 4-9>와 같이 학습할 때 처한 정서상태가 유도되었을 때 훨씬 더 회상을 잘함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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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한 원장

오렌지한의원 글과 기록몸을 살피는 한의학, 사람을 향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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