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의 핵심은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다>
인간은 150만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나서, 지구라는 환경에 가장 잘 즉응된 종족이 진화되어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지구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항병력이 나를 지켜 주고 있다.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자연에 순응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다. 즉, 밤에 잠을 자고 낮에 활동하는 것이 좋다. 너무 과하게 눈을 혹사 시키지 말아야한다. 너무 가까운 것만 보지 않도록 한다. 너무 단 음식을 삼가야한다. 관절을 너무 혹사 시키는 것도 좋지 않고 너무 경색되게 있는 것도 좋지 않다.
어떻게 하면 건강을 지키고 무병장수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그 내용들을 아우르는 최종 귀결은 자연 순응에 있다. 인간은 약 150만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나서 지구에서 나는 음식을 먹고, 지구에 있는 생명체들과 경쟁과 공생을 하고, 지구의 자연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은 생명체이다. 인간이 지구를 탈출하여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하지만 아직 인간은 지구를 벗어나 본 적도 없고 지구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살아가기 힘든, 지구라는 대 자연에 기생하는 작은 생명체에 불과하다.
인간이 가장 멀리 갔다고 하는 것이 달까지이지만, 역시 지구의 중력권이고 온갖 지구의 것들을 소비한 결과가 그곳에서 계속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다녀온 정도일 뿐이다. 지구를 벗어났다고 하는 그 우주인들이 지구 밖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렇게 지구라는 대 자연에 귀속된 생명체의 삶은 자연에 동화되어 있고, 치유는 자연적인 것에 있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인지 알아보자.
1980년대 유행하던 우스갯소리가 있다.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도 안 풀고 다니면 고지식한 사람이고, 하나를 풀고 다니면 자연스러운 사람이고, 두 개를 풀고 다니면 야성적인 사람이며, 세 개 이상 풀고 다니면 미친 사람이다. 이처럼 자연스러운 것은 너무 적어도 너무 과해도 좋지 않고 우리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을 정도의 중용에 많이 있다.
자연에 순응하는 것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지침서의 역할로 생각하면 좋다. 즉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예방의학 교과서처럼 일상생활의 모든 것에 대하여 기준을 정하고 허용 범위를 규정하면 좋겠지만, 너무 복잡하여 실생활에서 적용하기가 쉽지 않고, 또 환경과 조건에 따라 그 기준이 바뀌며, 기준량 측정도 쉽지 않아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일상생활에서는 ‘자연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간단한 기준, 내 몸과 마음에 간직된 가벼운 기준이 좋다.
자연스럽지 않고 인위적인 것은 일시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몰라도 우리가 사는 환경에서는 오래 버티지를 못한다. 최근 한의원에 목과 어깨가 아파서 찾아오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왜 이렇게 갑자기 늘어났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한번 살펴보면, 지하철 타고 있는 사람 80% 이상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아! 내가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무엇을 하느라고 저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가 싶어서 봤더니 심심풀이 게임이나 댓글 확인 등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귀에 이어폰까지 꼽은 채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 한의사들이 건강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말이 있다. 바로 ‘자연’이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인간은 자연의 모습을 본받아 태어났고, 자연의 원리로 인체가 구성되며, 생리 활동 역시 자연의 섭리에 맞추어 진행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50만 년 전이다. 인류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지구 환경에 적응했고 그 결과 오늘날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100년 이래 인류는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먹을거리, 새로운 화학물질로 된 세상을 만들어냈다. 150만 년에 비하면 100년은 실로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이 기간 동안 인류가 변화시킨 세상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문제는 우리 인간의 몸이 아직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 능동적으로 반응할 만큼 진화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우선, 인간의 눈은 어떠한가? 오랜 시간 인간의 눈은 하루에 평균 12시간 정도 사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전구의 발명으로 하루 눈 사용 시간이 30% 이상 증가했으며 더군다나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이 발명되면서 인류의 생활은 풍요로워졌을지 몰라도 인간의 눈은 더욱 더 혹사당하게 되었다. 인간은 오랜 동안 태양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빛을 이용해 물체를 확인해 왔다. 그러나 스스로 빛을 내는 첨단 기기들의 등장으로 인간의 눈은 전혀 새로운 빛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리 눈이 태양에서 오는 빛을 흡수했다가 반사하는 자연광에 노출되는 것과 이런 인공조명이 만들어내는 빛에 노출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빛의 밝기나 파장 등 성질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분광기로 빛을 보면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태양에서 나오는 빛은 연속 스펙트럼으로 모든 파장의 빛이 골고루 나오는 빛이고, 형광등에서 나오는 빛과 컴퓨터 화면에서 나오는 빛은 선스펙트럼으로 몇 가지 종류의 에너지만 가진 파장이 보인다. 즉 자연광과 인공광은 모두 겉으로는 동일한 빛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종류의 파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인간의 눈은 자연광에 익숙하며 우리 눈의 시신경은 그 빛의 파장과 빛의 강도에 대해 내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아직 적응도 하지 못한 빛에 무방비로 노출된 눈은 익숙하지 않은 빛의 파장과 강도로 인해 피로감이 급격히 증가하고 시력도 빠르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청력의 핵심은 내이에 있는 달팽이관 내부의 청신경에 있다. 150만 년 전부터 인간의 귀는 자연의 소리에 익숙해져 왔다. 사람의 음성, 동물의 울음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빗방울소리 등 자연의 소리 파장 영역에 내성을 갖도록 진화해 온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인간에게 익숙한 음색을 대신해 스피커를 통해 재연되고 확대된 소리를 비롯해 자동차와 전자기기 등 기계 소음에 노출되는 양이 절대적으로 많다. 더 큰 문제는 본래 인간의 귀는 열려있는 상태로 두어야 함에도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고막이나 외이도의 공기 순환이 가로막혀 귀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데 있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지하철의 많은 승객을 보면, 스마트폰의 빛은 자연 빛이 아닌 인공 광원에서 나오는 빛으로서, 계속 가까운 거리에서 보게 된다면 시신경에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귀도 마찬가지다. 귀는 항상 잘 적응된 자연의 소리를 듣게 해야 하고, 뚜껑을 열어 둬야 한다. 그리고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생각도 안하고 이렇게 자기의 소중한 눈과 귀를 손상시키고 있었다.
이른바 제2형 당뇨병도 자연에 순응하지 못해 생긴 질병이라 할 수 있다. 당뇨병은 제1형과 제2형으로 나뉘는데, 제1형은 선천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내 랑게르한스섬의 베타세포가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다. 그러나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정상적인 췌장 내 랑게르한스섬의 베타세포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후천적으로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잘 분비하지 못하거나 인슐린이 세포들에 작용하여 당분 섭취 기능이 떨어진 병이다. 그리고 그 병의 원인은 인류가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인류가 탄수화물을 양껏 먹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거 100년 전에는 가을날 추수를 끝낸 직후에야 탄수화물을 잠깐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약 100여 년 전부터 종자 개량 및 곡류의 가공 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탄수화물의 체내 흡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더구나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등 액상의 농축된 고농도 탄수화물을 빠르게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우리 몸은 오래 전부터 낮은 혈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을 다양하게 발달시켰다. 글루카곤,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성장호르몬 등이 그것이다. 그에 비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은 인슐린이 유일하다. 왜냐하면 과거 우리 인류는 탄수화물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었고 굶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혈당이 낮아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많아도, 지금처럼 갑자기 혈당이 높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현대인이 농축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흡수함으로 인해 우리 몸은 혈당을 낮추기 위한 호르몬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고, 췌장 내 랑게르한스섬의 베타세포가 과도하게 사용되어 피로가 누적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농축된 탄수화물의 섭취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더 이상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제2형 당뇨병의 원인이 되었다.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 몸은 지구 환경에 가장 잘 적응된 상태로 진화해 왔을 뿐만 아니라, 이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지구 환경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미생명체로 인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내성이 있고, 이런 미생명체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는 고등 생명체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 조상은 우리 몸에 이미 이런 방어 체계를 구축해서 물려주었다. 또한 육체적 상처나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몸과 마음이 스스로 치유될 수 있도록 물려주었다. 칼에 베이거나 뼈가 부러져도 웬만한 것은 우리 몸이 스스로 치유해서 본래 상태로 되돌리는 능력인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
의사가 하는 것은 단지 우리 몸이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도와주는 일에 불과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내 몸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 병이 들면 스스로 낫게 하는 자생력을 물려준 우리 조상을 믿는다. 그러니 질병에 대해 나약하게 마음먹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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