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살을 빼려는 마음
한의원에 살을 빼기 위해 찾아오는 분이 많다. 그 분들은 많이 먹지 않는데 살이 안 빠진다고 호소하기도 하고, 식욕이 줄어들지 않아서 괴롭다고 말하기도 한다.
간혹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지구의 한 생명체로 태어나서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해쳐야하는 괴로움에 대해서다. 왜 인간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지 않고 다른 생명체가 가진 에너지를 뺏어서 생활해야하는가? 많은 동물을 죽이고 수없는 식물을 죽여서 그 에너지로 생활하는 인간은 참 이기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햇빛으로 광합성을 하는 1차 생산자인 식물은, 항상 그 에너지를 약탈하는 동물의 희생이 되고 만다. 자연의 섭리가 이렇다. 주변의 사회현상을 둘러보아도 생산자보다 그 생산물을 노리는 공격자들이 더 풍요롭다. 하지만 포식자라고 늘 행복하지만은 않다. 살이 찌면 한편으로는 좋은 에너지를 얻어서 행복하고 편안하지만, 그 많은 에너지들이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과잉 에너지원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폐물이 약탈자를 괴롭히게 된다. 그리고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니 그 에너지를 노리는 많은 기생생물의 노림에 노출되기도 한다.
어쨌든, 인간으로 태어나서,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죽여야 하는 괴로움은 늘 마음속에 죄스러움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큰 모임이나 연말에 좋은 식사에 초대되면 마음이 불편하다. 이슬람에서는 식용으로 동물을 도축할 때 알라에게 기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꼭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도 이 땅을 같이 딛고 있는 생명으로서 다른 생명에 대한 존엄을 생각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배가 고프지 않은데 음식을 먹거나, 필요 이상으로 과식을 하거나, 음식을 남기거나,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목적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게 되면 조심하는 마음이 생긴다.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도 않다. 다만 살을 빼려고 찾아오는 환자분들에게 살을 빼기 위한 작은 작전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살을 빼려면, 살기 위해서 남의 목숨을 빼앗는 생명의 괴로움을 마음에 새겨야한다.” 살기 위해서 먹어야지, 다른 목숨을 빼앗는 것에 대해 그렇게 자랑할 것도 아니고 약간은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 물론 몸의 병으로 살이 찌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경우, 내가 위에서 말한 마음을 먼저 가져보는 것은, 좀 더 편하게 살도 빼고 마음속의 불편함도 지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원장 이종한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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